2018다262103 손해배상(기) (바) 상고기각
[고객들이 대형 유통회사를 상대로 회사가 고객들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보험회사들에 제공하였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
◇당사자 일방이 증명을 방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 증명책임이 전환되거나 곧바로 상대방의 주장 사실이 증명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여부(소극), 「개인정보 보호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한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의 주장·증명책임 소재(= 정보주체)◇
당사자 일방이 증명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였더라도 법원으로서는 이를 하나의 자료로 삼아 자유로운 심증에 따라 방해자 측에게 불리한 평가를 할 수 있음에 그칠 뿐 증명책임이 전환되거나 곧바로 상대방의 주장 사실이 증명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0. 7. 8. 선고 2007다55866 판결 참조).
한편, 「개인정보 보호법」 제39조 제1항은 “정보주체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이 법을 위반한 행위로 손해를 입으면 개인정보처리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그 개인정보처리자는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지 아니하면 책임을 면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처리자의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행위로 입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개인정보처리자의 고의나 과실을 증명하는 것이 곤란한 점을 감안하여 그 증명책임을 개인정보처리자에게 전환하는 것일 뿐이고,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한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 자체는 정보주체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 피고(대형 유통회사)는 위탁업체 상담원을 통해 피고의 패밀리 멤버십 카드 회원 중 가입과정에서 개인정보 제3자 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고객(이하 ‘미동의 FMC 회원’)을 상대로 제3자 제공 동의 여부를 확인한 후, 제3자 제공에 동의한 고객들의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보험회사들에 판매하여 왔음. 보험회사들은 피고로부터 제공받은 고객 정보를 분석하여 그중 보험상품 설명을 위한 전화 받기를 원하지 않는 고객, 이미 보험계약을 체결한 고객, 최근에 텔레마케팅 통화를 한 적이 있는 고객 등을 걸러내는 이른바 ‘필터링 작업’을 수행한 후, 남은 고객들에 대해서만 피고에게 수수료를 지급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보험 텔레마케팅 영업을 하였음. 그런데 보험회사들에 제공한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 중 보험회사들의 필터링을 거치고 남은 유효 데이터베이스의 비율이 점차 줄어들어 개인정보 판매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피고는 미동의 FMC 회원으로부터 제3자 제공 동의를 받기 전에 그들의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보험회사들에 건네주어 보험회사들로 하여금 종전에 제3자 제공 동의를 받은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에 대하여 시행하던 필터링 작업을 미리 시행하는 이른바 ‘사전필터링’을 하도록 함. 미동의 FMC 회원인 원고들은 피고의 사전필터링을 위한 회원정보 제공이 「개인정보 보호법」 등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위 법 제39조 제1항 등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임. 한편 원고들은 자신들의 개인정보가 사전필터링을 위해 보험회사들에 제공된 사실에 관한 증명이 있는 원고들(이하 ‘원고들 ❶’)과 그렇지 않은 원고들(이하 ‘원고들 ❷’)로 나뉨
☞ 원심은, 원고들 ❷의 개인정보 중 일정 건수가 사전필터링을 위해 보험회사들에 제공되었을 가능성이 적지 않고, 증거의 편재 등으로 말미암아 원고들 ❷보다는 피고가 그 증명에 용이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는 보이나, 그렇다고 하여 무과실에 관한 증명책임에서 더 나아가 원고들 ❷ 주장의 가해행위, 즉 ‘사전필터링을 위해 원고들 ❷의 개인정보가 보험회사들에 제공되었다는 사실의 부존재’에 관해서까지 피고에게 그 증명책임을 지우기는 어렵다고 보아, 원고들 ❷로부터 자신의 개인정보가 사전필터링을 위해 보험회사들에 제공되었다는 사실에 관한 구체적‧개별적인 입증이 없는 이상 원고들 ❷를 이 부분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음(원고들 ❷ 청구기각). 한편 원심은, 개인정보에 대한 위법한 침해가 있다고 하여 곧바로 피침해자인 정보주체에게 위자료로 배상할 만한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이 사건에 있어서는 원고들 ❶이 피고의 행위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에 따라 인정할 수 있고, 피고도 이를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음(원고들 ❶ 청구 일부 인용)
☞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원고들 ❷의 개인정보가 보험회사들에 제공되었다는 사실에 관한 구체적·개별적인 증명이 없는 이상 피고의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아, 원고들 ❷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수긍하여 원고들 ❷의 상고를 기각함. 한편 대법원은, 피고의 개인정보 제공이 확인된 원고들 ❶에게 위자료로 배상할 만한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한 원심을 수긍하여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들 ❶이 제기한 상고에 대해서는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상고를 기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