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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이 장애연금을 지급한 후 국민연금법 제114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는 경우 …

2024.07.01

2021다299594   손해배상(자)   (다)   상고기각


[국민연금공단이 장애연금을 지급한 후 국민연금법 제114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는 경우 그 대위 범위가 문제된 사건]

 

◇국민연금법에 따라 장애연금을 지급받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때 그 손해 발생에 피해자의 과실이 경합된 경우, 손해배상채권액을 산정하는 방식(= 손해액에서 연금급여액을 공제한 후 과실상계) 및 국민연금공단이 불법행위의 피해자에게 장애연금을 지급한 다음 국민연금법 제114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는 경우 그 대위의 범위(= 연금급여액 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

 

  1. 공단의 손해배상청구권 대위를 인정한 국민연금법 제114조 제1항의 문언과 입법 취지, 국민연금의 목적과 사회보장적 성격, 불법행위가 없었을 경우 연금급여 수급권자가 누릴 수 있는 이익 및 법적 지위와의 균형, 수급권자와 공단 사이의 이익형량, 연금급여 수급권의 성격, 국민건강보험법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규정의 해석에 관한 판례 변경 등을 종합하여 보면, 국민연금법에 따라 연금급여를 받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경우 그 손해 발생에 피해자의 과실이 경합된 때에는 피해자의 손해액에서 먼저 연금급여액을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여야 하고, 공단이 불법행위의 피해자에게 연금급여를 한 다음 국민연금법 제114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는 경우 그 대위의 범위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한 연금급여액 전액이 아니라 그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되며, 나머지 금액(연금급여액 중 피해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피해자를 대위할 수 없으므로 이 부분은 연금급여 수급 후에도 여전히 손해를 전보받지 못한 피해자를 위해 공단이 최종적으로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국민연금법 제114조 제1항은 공단이 제3자의 행위로 장애연금이나 유족연금 지급사유가 발생하여 피해자에게 연금급여를 한 경우 ‘그 급여액의 범위에서’ 가해자인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한다고 규정하여, 공단이 대위할 수 있는 손해배상청구권의 한도를 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대위할 수 있는 범위를 특정하고 있지 않다. 이 사건에서처럼 과실상계 등의 사유로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제한되는 경우에 공단이 연금급여액 전액에 대해서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도 명시하고 있지 않다.

  이와 같이 국민연금법 제114조 제1항의 문언만으로는 공단이 대위할 수 있는 범위가 명확하지 않으므로, 위 규정에 따라 공단이 피해자를 대위할 수 있는 손해배상액을 반드시 종전 대법원 판례와 같이 공단이 부담한 연금급여액 ‘전액’으로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연금급여액 중 공단이 대위하는 금액을 어떤 기준에 따라 산정할 것인지는 국민연금법이나 위 개별 규정의 입법 취지와 목적, 연금급여 수급권의 성격,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나 형평의 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원이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나. 국민연금법은 국민의 노령, 장애 또는 사망에 대하여 연금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국민연금 제도는 가입자가 납부하는 연금보험료 등을 재원으로 하여, 국민에게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을 보험 방식으로 대처함으로써 국민의 소득 등을 보장하는 사회보험 제도로서(사회보장기본법 제3조 제1호, 제2호),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저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마련한 사회보장의 일환이다. 국민연금법에 따른 연금급여는 국가가 보험자의 입장에서 수급권자의 노령, 장애에 따른 소득상실, 사망에 따른 부양상실을 전보하는 성격을 가진다. 

  국민연금법은 가입자 또는 가입자였던 자가 고의로 질병·부상 또는 그 원인이 되는 사고를 일으켜 그로 인하여 장애를 입은 경우에 장애연금을 지급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제82조 제1항), 연금급여 지급 여부에 관한 공단의 재량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연금급여 지급사유 발생에 가입자의 책임이 있더라도 그 정도가 크지 않아 사회보험의 공공성에 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연금급여를 함으로써 국민연금의 보호로부터 배제되지 않도록 하여 사회보장 제도로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같은 국민연금법의 입법 목적과 국민연금 제도의 사회보장적 성격은 국민연금법 제114조 제1항에 따른 대위의 범위를 판단할 때에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다. 피해자가 불법행위를 당하여 장애 등을 입었을 때에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는 과실책임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것이므로, 사회보장적 성격을 지닌 장애연금 수급권과 법적 성격을 달리한다. 다만 그 둘 모두 피해자(수급권자)의 손해를 전보하는 기능을 담당하므로, 국민연금법 제114조 제1항은 연금급여를 받은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음으로써 이중의 이익을 얻거나 피해자의 연금급여 수급으로 인하여 가해자가 손해배상책임을 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정 규정이다.

  손해 발생에 피해자의 과실이나 기왕증 등이 경합된 경우 가해자는 과실상계 등에 따라 제한된 범위에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이때 연금급여를 한 공단이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얼마만큼 대위할 수 있는지에 따라 ‘피해자가 전보받지 못하고 남는 손해액’이 달라진다. 종전 대법원 판례와 같이 공단의 대위 범위를 공단이 부담한 연금급여액 전액이라고 보면 피해자가 전보받지 못하는 손해액이 가장 많아지고, 공단의 대위 범위를 줄이면 그만큼 피해자가 전보받지 못하는 손해액이 적어진다. 

  그런데 공단이 피해자를 대위할 수 있는 범위를 피해자에게 가장 유리하게 해석하더라도 피해자로서는 연금급여 수급 후 남아 있는 손해의 범위에서만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가해자의 나머지 손해배상액에 대하여는 공단이 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피해자의 이중 이익이나 가해자의 손해배상책임 면탈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국민연금법 제114조 제1항이 공단에 손해배상청구권의 대위를 인정한 취지로부터 피해자에게 가장 불리한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의 결론이 당연히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한편 국민연금법 제114조 제1항에는 공단의 연금재정을 확보하려는 취지도 포함되어 있고, 공단이 피해자를 대위할 수 있는 범위를 늘릴수록 연금재정 확보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앞서 본 국민연금법의 입법 목적과 국민연금 제도의 사회보장적 성격에 비추어 보면, 연금재정의 확보가 수급권자인 피해자의 이익보다 반드시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연금재정 확보를 위하여 국민연금법 제114조 제1항을 공단에 가장 유리하고 피해자에게 가장 불리하게 해석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라. 불법행위가 없었을 경우 수급권자가 누릴 수 있는 연금급여 수급의 이익 및 그에 따른 법적 지위와의 균형이나 수급권자와 공단 사이의 이익형량을 고려하면 공단의 대위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앞서 본 것처럼 국민연금법은 연금급여 수급권자의 고의에 따른 행위로 장애가 발생한 경우라도 공단의 부담으로 수급권자의 손해를 전보할 수 있도록 연금급여 지급 여부에 관하여 재량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사고가 제3자의 관여 없이 수급권자의 전적인 과실로 일어난 경우 수급권자는 연금급여 수급의 이익을 누릴 수 있고, 그 결과 공단이 부담하는 장애연금만큼은 일실수입 손해를 전보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손해가 제3자의 불법행위와 수급권자의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한 경우 적어도 ‘연금급여액 중 수급권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은 보험자인 공단이 수급권자를 위해 부담해야 할 비용이자 수급권자가 정당하게 누릴 수 있는 이익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연금급여액 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은 본래 가해자가 부담해야 할 부분을 공단이 대신 지급한 것과 같으므로 그 부분은 공단이 피해자(수급권자)를 대위하여 가해자에게 구상할 수 있지만, 이를 넘어 피해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까지 공단이 대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실질적으로 공단이 피해자를 위해 부담해야 할 부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결과가 된다. 이 점에서도 가해자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에는 먼저 손해액에서 연금급여액을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에 따르는 것이 타당하고, 국민연금법 제114조 제1항에 따른 공단의 대위 범위는 연금급여액 전액이 아니라 그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된다고 보아야 한다.  

  마. 국민연금의 재정은 공단의 관리·운영비 등에 관하여 국고 지원을 받지만 기금의 대부분은 가입자가 납부하는 연금보험료로 형성된다. 따라서 연금급여 수급권은 연금보험료에 대한 반대급부의 성격을 지니고, 보험사고로 초래되는 가입자의 재산상 부담을 전보해 주는 경제적 유용성도 지니므로 재산권의 성격을 가진다.

  한편 국민연금 제도는 사회보험으로서 소득재분배 기능도 수행한다. 국민연금법은 연금 가입을 강제하고, 개인별 연금보험료를 사고 발생률이나 연금급여의 다과가 아니라 가입자의 소득에 연동하여 정하며, 가입자가 납부한 연금보험료에 반드시 비례하여 연금급여를 지급하지도 않는다. 이에 더하여 연금재정이 일부 국고 지원을 받는 점까지 고려하면, 연금급여가 연금보험료와 단순 대가관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민연금법 제114조 제1항에 따라 공단이 피해자를 대위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할 때에는 위와 같은 연금급여 수급권의 성격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 종전 대법원 판례와 같이 공단의 대위 범위를 피해자에게 가장 불리하게 해석하는 것은 가입자의 재산권인 연금급여 수급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여 부당하다. 연금급여 수급권의 다양한 성격을 고려하면, 공단이 피해자를 대위할 수 있는 범위는 연금급여액 중 가해자의 책임비율 부분으로 제한되고, 피해자의 과실비율 부분만큼은 피해자가 연금급여 수급의 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원칙에 부합하고 서로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가장 조화롭게 해결하는 방법이다.  

  바. 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다287935 전원합의체 판결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급여를 받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경우 그 손해 발생에 피해자의 과실이 경합된 때 기왕치료비와 관련한 손해배상액은 전체 기왕치료비 손해액에서 먼저 공단부담금을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방식으로 산정하여야 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불법행위의 피해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다음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기왕치료비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하는 경우 그 대위의 범위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한 공단부담금 전액이 아니라 그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되고 나머지 금액(공단부담금 중 피해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피해자를 대위할 수 없다고 하여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였다. 

  또한 대법원 2022. 3. 24. 선고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보험급여를 받은 재해근로자가 제3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그 손해 발생에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경우의 손해배상액 산정 방식 및 근로복지공단이 재해근로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다음 재해근로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는 범위에 관하여 위 국민건강보험 관련 전원합의체 판결과 같은 취지로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였다. 

  국민건강보험과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국민연금은 모두 사회보장적 성격을 가지는 사회보험 제도이므로, 제3자의 행위로 보험급여 또는 연금급여 지급사유가 발생하여 그 급여가 지급되고 그 손해 발생에 피해자의 과실이 경합된 경우에 제3자가 부담하는 손해배상액 산정 방식이나 공단의 대위 범위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법질서 내에서 통일된 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    

 

  2. 이와 달리 국민연금법에 따라 장애연금 또는 유족연금을 받은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할 경우 그 손해 발생에 피해자의 과실이 경합된 때(기왕증이 경합된 때에도 동일하다)에는 먼저 그 손해액에 과실상계 등을 한 다음 거기에서 연금급여액 전액을 공제하여야 하고, 공제되는 연금급여에 대하여는 다시 과실상계 등을 할 수 없으며, 공단이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에게 연금급여를 한 후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는 경우 그 대위의 범위는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한 연금급여액 전액이라고 판단한 대법원 2007. 7. 27. 선고 2007다10245 판결,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다100920 판결을 비롯하여 그와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결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  원고승계참가인(국민연금공단)은 교통사고 피해자인 원고에게 장애연금 약 2,650만 원을 지급한 다음, 국민연금법 제114조 제1항에 따라 원고의 가해자 측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중 위 장애연금 전액을 대위 행사하면서, 원고가 가해자의 공제사업자인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승계참가를 함 

 

☞  원심은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에 따라 원고승계참가인이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 행사하는 범위는 장애연금 전액이 아니라 그중 가해자의 책임비율 60%에 해당하는 금액인 약 1,590만 원(= 약 2,650만 원 × 60%)이라고 판단하였음. 이에 대하여 원고승계참가인은 종전 법리인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에 따라 손해배상청구권의 대위 범위는 장애연금 전액인 약 2,650만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상고하였음  

 

☞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원고승계참가인이 불법행위의 피해자인 원고에게 장애연금을 지급한 다음 국민연금법 제114조 제1항에 따라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는 경우, 그 대위의 범위는 장애연금 급여액 약 2,650만 원 중 가해자의 책임비율(60%)에 해당하는 약 1,590만 원(= 약 2,650만 원 × 60%)으로 제한되고, 원고승계참가인은 나머지 약 1,060만 원(= 연금급여액 중 원고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원고를 대위할 수 없으며 이 부분은 연금급여 수급 후에도 여전히 손해를 전보받지 못한 원고를 위해 원고승계참가인이 최종적으로 부담한다고 판단하고, 이와 다른 입장에 있던 대법원 2007. 7. 27. 선고 2007다10245 판결 등을 변경하면서 종전 대법원 판례와 달리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을 채택한 원심판단을 수긍하여 원고승계참가인의 상고를 기각함